본문 : 역대상 21장 1-8절

다윗시대 때는 오늘날과는 달리 나라와 나라사이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국지전이 수시로 발발했습니다. 그런 시대상황에서 다윗은 인구조사를 통해 군사 수를 파악해서 앞으로 일어날 전쟁을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하고자 했습니다. 드러난 이 얘기만으로는 다윗이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역대상 기자는 아주 예리하게 그 사건 속에 감추어져 있는 사실을 밝혀 드려냅니다.

1절은 사단이 다윗을 격동했다라고 말합니다.
niv 영어번역본은 '격동했다'는 이 구절을 'incited'로 번역하고 있는데, 이 말은 '부추겼다'라는 의미로 이해하는게 더 쉽습니다. 사단이 다윗을 부추겼는데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인구조사를 통해 세를 과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손쉽게 다윗은 사단의 이 부추김에 넘어가서 인구조사를 합니다. 다윗이나 백성 모두 계속된 정복전쟁으로 인해 영적으로 침체되었고, 이로 인해 다윗의 마음의 중심엔 교만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본문에 보여지는 다윗의 모습은 하나님 앞에 영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던 이전의 다윗이 전혀 아닙니다. 다윗은 계속되는 정복 전쟁에서 연이어 승리하고 평안을 누리게 되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교만해졌습니다. 그래서 멀리 계신 하나님을 향한 시선보다 가까이 있는 인간의 힘을 향한 시선이 더 자극적으로 다윗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입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 될 뿐더러 사단의 밥이 되는 것입니다. 다윗이 영적생활에 충실하지 못함으로 마음 밭이 교만으로 서서히 물들어가자 사단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부추기자 한 순간에 사단에게 놀아나고 말았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다윗이 사단과 놀아난 결정적 이유는 계속된 정복전쟁으로 그는 너무 바쁘고 분주해하다가 그 바쁘고 분주한 가운데 말씀묵상하고 기도하는 영적생활을 뒷전으로 미루어놓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 또한 하루 일정이 빠듯합니다. 일상이 바쁘고 분주한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도 우선순위에서 처지는 것들을 뒷전으로 미루어놓곤 합니다. 하지만 그 목록에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영적생활이 결단코 오르지 않는 일상을 살고 싶습니다. 영적생활이 제 인생의 최고의 가치가 되어서 그 어떤 것보다 영적생활을 우선으로 할 뿐만 아니라 그 생활을 즐기고 그 생활로 인한 감사가 풍성한 일상을 살고 싶습니다.

주님, 오늘 하루도 말씀묵상의 기쁨과 기도함의 은혜가 풍성한 일상이 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