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이 사람 잡습니다.

조선 때 유당이라는 대단한 '얼짱' 선비가 있었습니다. 그 얼굴을 한번 보는 여자들은 모두 쓰러질 정도였다고 합니다. 유당이 젊은 시절, 과거를 보기 위해 상경했을 때의 일입니다.

장안의 기생들 역시 유당을 보는 순간 모두 상사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기생들은 유당이 투숙하고 있는 객관을 '다투어' 찾아와서 저마다 추파를 던졌습니다. 인기가 그야말로 '짱'이었습니다.

그러나 유당은 도덕군자였습니다. 더구나 과거를 앞두고 있었기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기생들은 그런 유당을 독차지(?)해보려고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마침내 '사건'이 터졌습니다.

어느 달 밝은 밤, 유당이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문이 살며시 열리더니 녹의홍상으로 곱게 단장한 기생이 유당의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더니 노골적으로 유혹했습니다. 그렇다고 넘어갈 유당이 아니었습니다. 조용하게 타일러서 돌려보냈습니다.

한편 유당은 걱정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얼짱'이라는 사실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이러다가는 청운의 뜻이 물거품으로 변할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그 기생은 또 찾아올 것이 뻔했습니다.

유당은 고심 끝에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검은깨를 한 주먹 구해서 책상 밑에 숨겨뒀습니다. 과연 그 기생은 유당을 다시 찾아왔습니다.

유당은 기생과 몇 마디를 나누는 척하다가 숨겨두었던 검은깨를 상투 속에 슬그머니 집어넣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머리가 가렵다며 상투를 풀고 머리를 긁었습니다. 그러자 검은깨가 방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기생 사회'에 곧바로 소문이 퍼졌습니다. "유당은 생긴 것과 딴판이다. 머릿니가 절절 끓을 정도로 더럽고 지저분한 사람이다." 이후 유당을 찾아오는 기생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당은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었고 과거에 거뜬하게 급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 얼짱에 이성을 잃고 사는 사람들은 한번쯤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고려 때 강감찬 장군은 무척 못생겼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몸은 작고 얼굴이 검은데다 천연두를 앓아 마마자국까지 있었습니다. 보잘것없는 외모였습니다.

그렇지만 젊은 시절의 강감찬은 대단한 '얼짱'이었다고 합니다. 남자답지 않게 고운 얼굴이었습니다. 역시 인기 '짱'이었습니다. 하지만 강감찬에게는 뜻이 있었습니다.

뜻을 이루는 데 '얼짱'은 곤란했습니다. 학업에 몰두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강감찬은 '얼짱'을 뜯어고치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스스로 마마에 걸렸습니다. 흉터가 남도록 얼굴을 사정없이 긁어댔습니다.

그 바람에 강감찬의 얼굴에는 온통 얽은 자국이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강감찬은 그제야 만족했습니다. "이제 마음놓고 공부 좀 해보자"며 책상 앞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옛날 뜻 깊은 선비들은 이처럼 '얼짱'을 곤란하게 생각하고, 기피하기도 했습니다. 강감찬이 그랬고, 유당이 그랬습니다.

얼짱이 오히려 뜻을 이루는 데 해가 되는 사회로 환원되기를 고대해 봅니다. 생긴 것과 관계없이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뜻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출처 : 김학중 목사님 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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