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갈라디아서 5장 1-12절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 있던 죄수는 자유로운 몸이 된 후에도 수감되었던 시절의 습관을 좀처럼 버리지 못합니다. 분명히 자유인이 되었는데도 순간순간 그 시절에 이미 익숙해졌던 습관이나 버릇으로 인해 곤혹스러운 지경에 빠지곤 합니다.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삶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분명 나는 구원에 대한 확신도 있고, 누구에게도 나는 그리스도인인 것을 증거할 수 있는데, 실제 내 모습은 이전의 그 습관이나 버릇을 끊지 못해, 그 사실이 나를 정말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우리에게 1절 말씀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그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살아라고 말씀하십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케 하시려고 모든 죄짐을 대신 지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셨기 때문입니다. 이미 그리스도께서 나의 지난 죄 때문에나를 위해 죽으셨음에도 우리가 여전히 그 죄의 굴레에 빠져 신음하고 고민하고 갈등하고 있다면 그리스도의 죽음을 헛되이 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이상 구원받아 자유자가 된 이 사실에 대해서는 의심하거나 불안해 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단지 내가 아직 자유자의 신분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문제일 뿐이지 내가 정말 구원을 받았는지 내가 정말 자유인이 되었는지 그 사실에 대해선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왜 자꾸만 이런 의심이 생기는가 하면 예수님을 믿음으로 구원을 받은 후에 그 믿음을 정지상태나 빈공간으로 두기 때문입니다. 믿음으로 구원받은 후에는 우리의 믿음을 정지상태나 빈공간으로 두어서는 안됩니다. 그 믿음의 자리에 사랑을 채우고, 열정을 채우고, 말씀을 채우고, 기도로 채우면서 달려갈 길을 달려가야 합니다. 그 일에 열심을 경주하지 못하고 구원받은 후 그 믿음을 그냥 정지상태로 머물게 하고 빈공간으로 버려두다 보니까 자꾸만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그 사실이 의심이 가서 구원받기 위해 자꾸만 다른 것을 덧붙이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대 율법주의자들은 바로 이런 교묘한 심리상태를 이용해서 구원받기 위해선 예수님을 믿는 것 플러스 할례나 율법의 행위를 이루어야 한다고 부추겼던 것입니다.

흔들림없이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저도 말씀과 일치하지 못하는 삶의 문제로 고민을 적잖게 합니다. 물론 구원사건에 대해선 한 치의 의심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더 정직하고 더 반듯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짐이 참 무겁다고 생각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혹시 정직하고 바른 삶에 대한 열심이 변장된 나의 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쓰입니다. 나의 의에 사로잡히게 되면 그 순간 저는 다른 형태의 율법주의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의 말씀과 현실의 삶의 일치를 열망하되 그것을 위해 너무 율법주의적인 행보를 걷지 않도록 주의 말씀의 본말을 더 지혜롭게 깨닫고 살고 싶습니다. 오늘도 예수복음이 제 속에 있는 그것만으로도 행복을 누리며 사는 하루가 되고 싶습니다. 주의 인도하심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