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 고린도전서 9장 13~18절
* 제목 : 복음으로 말미암아

  오직 복음 사역에 집중했던 바울은 사도권에 대해서 변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3절 성전의 일을 하는 자들이 성전에서 나는 것을 먹고, 제단에서 섬기는 자들이 제단과 함께 나누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임을 바울도 알고, 그들도 알았습니다. 교회로부터 부양받은 일을 감당하는 자들은 이런 권리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14절 “이와 같이 주께서도 복음 전하는 자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예수께서도 복음을 전하는 자들이 복음을 받아들이는 자들의 헌금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이런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전혀 이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이 말씀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자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사는 것은 성경적으로 원인과 결과에 매우 충실한 선포입니다. 그러나 만일 복음을 전하는 자들이 진짜 복음을 전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은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복음으로 말미암아 살고 있는지도 다시 물어야 할 시대가 바로 오늘의 시대입니다.

  주께서도 복음 전하는 자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고 말씀하셨기에 당연히 성전에서 나는 것들을 누리고, 대우를 받으며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시하면서, 한편으로는 오직 그리스도의 복음이 삶의 기준과 방향이 되었던 바울과 달리 당시 거짓 교사들처럼 복음으로 포장된 가짜 복음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정말 하나님 앞에서 복음의 정신을 잃어버린 자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전하는 자도, 듣는 자도, 그리고 교회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모든 성도들도 무엇이 복음인지를 명확하게 해야 합니다. 복음이 명확해지지 않으면, 끊임없이 복음은 인간의 지식에 의해 포장될 것이며, 목회자와 성도들의 신앙의 경험과 연륜에 의해 포장되어 그리스도의 복음이 오늘도 십자가에서 못 박혀야 할지도 모릅니다.

  얼마나 두렵고 떨리는 일인지를 바울은 내면의 탄식을 드러냅니다. 15절 “그러나 내가 이것을 하나도 쓰지 아니하였고, 또 이 말을 쓰는 것은 내게 이같이 하여 달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차라리 죽을지언정 누구든지 내 자랑하는 것을 헛된 데로 돌리지 못하게 하리라.”

  바울은 고린도 교회 내부에 침투하여 직분을 받은 자들, 말씀을 전하는 자들을 향해 경고합니다. 복음으로 말미암아 살아가는 이 모든 것을 자랑하는 것이 인간의 욕심과 탐욕에 의해 포장된 복음으로 나타나지 않기를, 차라리 내가 죽을지언정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반면에 고린도 교회 내부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복음은 복음으로만 해석이 되어야 하고, 복음은 복음으로만 선포가 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16절 “내가 복음을 전할지라도 자랑할 것이 없음은 내가 부득불 할 일임이라. 만일 복음을 전하지 아니하면 내게 화가 있을 것이로다.” 복음을 전하는 일은 그리스도로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절대적인 사명임을 확인하고, 또한 그렇게 살기를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까지 표현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바울에게 있어 복음은 그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에 복음 곧 주의 은혜로 이끌림을 받지 않는다거나, 주의 은혜가 없이 살아간다면 우리는 예수를 모르는 자들과 다를 것이 없는, 아니 오히려 더 불쌍한 존재가 되고 말 것입니다. 바울은 이러한 주의 은혜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자의로 하든, 그렇지 않든, 그가 사명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날마다 이러한 주의 은혜를 힘입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에게 ‘상급’이란, 18절과 같이 “복음을 전할 때에 값없이 전하고 복음으로 말미암아 내게 있는 권한을 다 쓰지 아니하는 것이라.” 이 고백입니다.

  복음은 오직 주의 은혜로부터 출발하며, 복음은 이러한 은혜를 근거로 하여 모든 일에 있어서 “생명이 살아나는” 판단과 선택과 결단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주위에 있는 생명을 살려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먼저 살려야 합니다. 그들을 위해서 복음의 정신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복음을 들고 도리어 생명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에 장애가 생기는 것이 있다면, 만일 그것이 직분과 명예와 권력과 물질과 지식과 지혜라 할지라도 쓰지 말아야 합니다. 만일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듣고, 연구하고 살아가는 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의 복음에 장애가 되는 것들을 쓰고 있다면, 이것은 죽음의 길이 되고 말 것입니다. 당장에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후에는 다 드러나고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