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69:29-36

기도자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 진솔한 심정을 하나도 거르지 않고, 필터링 하지 않고, 그대로 토해내듯 하나님 앞에 자신의 마음을 다 쏟아내었습니다. 심지어, 23절, “그들의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하게 하시며 그들의 허리가 항상 떨리게 하소서”, 28절, “그들을 생명책에서 지우사 의인들과 함께 기록되지 말게 하소서”라고 할만큼, 시인은 어떤 정돈되고, 정리된 마음으로 기도한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너무나 혼란스럽고 북받쳐진 상황 가운데, 그 모습 그대로 하나님 앞에 자기 마음을 쏟아내면서 기도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시편 62편 8절에서, “백성들아 시시로 그를 의지하고 그의 앞에 마음을 토하라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라고 고백했던 기도자와 같은 맥락에서의 기도인 것입니다.
우리가 멀미가 나거나 해서 토할 때, 뱃속에 있는 이거는 좋고 비싼거니깐 토하지 않고, 이거는 해로운 거니깐 토해내고, 이거는 나오면 보기 싫으니깐 토하지 않고, 이거는 몸밖으로 나와도 괜찮으니깐 토하고, 이것이 안되지 않습니까. 토한다는 것은 위장 안에 있는 모든 것들, 정말 보고싶지 않고, 보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들까지도 다 꺼내놓는 것이지요. 시편 62편에 기도자는 주의 백성들에게 이렇게 마음을 토하며 기도하라고 요청하고 있고, 오늘 시편 68편의 기도자는 하나님 앞에서 이렇게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 꺼내 놓으면서 기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이 기도자가 하나님과 가장 친밀해져 있는 순간입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가깝다는 부부지간에도 꺼내놓을 소리, 못할 소리가 있는데요. 어떤 의미에서 주의 백성들이 주님께 이렇게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특권이고 은혜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토해내듯이 몽땅 그대로 꺼내놓으면서 기도하던 기도자에게, 30절, 찬송과 감사함이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속이 답답하고, 토해내어야 되는데, 토하지 못했을때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가, 한 번 토해버리고 나면, 그 다음부터 안정과 평안이 찾아오는 것과 유사하게, 오늘 29절 상반절까지 기도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토해내었고, 30절 부터는 기도자에게 감사와 찬송이 흘러나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있는 모습 그대로 나아가서 토해내듯 다 꺼내놓는 기도 가운데, 기도자는 그의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이 만남은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하게 그 분에 대한, 감사와 찬송으로 이어지게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오늘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의 경험과도 일치합니다. 큰 문제로, 답답한 문제로, 큰 곤경 가운데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던 중에, 아직 상황은 그대로이고,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우리 마음 가운데 쓴물과 고통이 기도를 통하여 다 빠져나간 이후에, 감사와 찬송이 흘러나온 경험을 하셨을 것입니다.

특별히 오늘 본문의 기도자와 같이, 하나님의 구원을 경험한 이후에 올려드리는 이러한 감사 찬송은 뿔과 굽이 있는 황소, 즉 가장 건장하고, 값진 제물을 드릴 때 보다 하나님을 더 기쁘시게 한다는 것은 시편 안에서도 거듭하여 표현되고 있습니다. 시편40편 6절, 50편 9절에서 15절, 51편 16-17절 등이지요. 동시에, 오늘날 교회 공동체 안에서, 고난과 고통과 아픔을 여전히 경험하고 있는 성도들을 보면서,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면서, 오늘 이 고난이 나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구나. 어떤 의미에서, 나보다 더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저렇게 믿음 붙들고, 하나님의 선하시고 인자하심을 바라보면서, 저렇게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하나님께서 위에서 내리시는 평강과 은혜가 전달되는 것입니다.

오늘 마지막 36절, 하나님의 종들의 후손이 이를 상속하고, 이 모든 하나님의 은혜의 유업들을 상속하게 될 것이고, 그의 이름을 사랑하는 자가 그 중에 살리로다. 우리가 사랑하고, 사모해야할 유일한 이름, 바로 여호와 하나님이시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가 다른 것 사랑하지 않고, 우리가 다른 것 사모하지 않고, 여호와 하나님만 사랑할 때, 그리고 우리주 예수 그리스도만을 사모할 때, 우리는 가장 우리 다울 수 있고, 우리는 가장 우리 답게 살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오늘 본문의 기도자와 같이, 하나님 앞에 있는 모습 그대로 나아가시고, 오늘 기도시간에도, 우리 마음 그대로 하나님 앞에 토해내시기를 바랍니다. 다 토해내는 기도가 하나님을 향한 감사찬송으로 이어지고, 그리하여 주님의 이름을 더욱 사랑하고, 사모하게 되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