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33:1-37

오늘 본문 민수기 33장은 광야 여정을 개별적인 장소별로 돌아봅니다. 그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이 38년 동안 진을 쳤거나 거쳐갔던 거점들이 열거되고, 거점들과 함께 중요한 사건들도 간략하게 언급됩니다.

모세는 38년간의 광야 여정을 장소별로 기록해 두었고, 모세의 기록으로 인하여서 38년이 지난 이후에 우리가 오늘 민수기 33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끝없이 나열되는 광야여정의 장소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기록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만 주신 능력 중 한가지입니다. 인간을 제외한 그 어떤 동물도 자기시대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남겨두고, 후세대에게 전해주는 동물은 하나도 없습니다. 만약에 하나님께서 소에게 자기 시대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겨놓을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면, 3천년 전의 소의 삶과 지금의 소의 삶은 차원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 사람에게만 문자언어로 ‘기록’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본문에서와 같이, 38여년간의 광야여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정 장소에서 일어났던 특정 사건에 대하여, 회고할 수 있는 능력, 돌아볼 수 있는 능력, 그리하여 그 사건을 통하여 교훈을 얻어 다시금 반복된 과오를 범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또한 하나님께서 우리 사람에게만 주신 능력이고, 은혜인 것입니다.

이 사실을 깨달았던 바울도 고린도교회를 향하여 보냈던 그의 첫 번째 편지에서 이렇게 고백하였습니다. 고린도전서 10장 11절은 압권이지요. “그들에게 일어난 이런 일은 본보기가 되고 또한 말세를 만난 우리를 깨우치기 위하여 기록되었느니라”

특별히 오늘 민수기 33장의 광야 방황의 회고는 백성들의 부단한 불충성스러움과 하나님의 무궁한 신실함을 극명하게 대조하고 있습니다. 즉, 이스라엘의 끝없는 패역을 견디시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을 마침내 가나안 땅 입구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무궁한 인자하심, 이것이 결국 민수기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지요.

이를 통하여 민수기를 읽는 독자들은 하나님께서 광야 40년 동안 이렇게 신실하게 이스라엘을 도와 주셨다면, 이스라엘 백성이 최후 목적지 가나안 땅에 도달할 때까지도 도와주실 것이다는 확신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를 향한 신실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깊이 뿌리내리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