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사무엘하 3:1-16

7-8절 말씀을 보면 사울 집안의 분열은 이스보셋이 아브넬에게 사울왕의 첩과 통간하였다고 비난함으로써 야기되었습니다. 이스보셋이 이 문제를 제거한 것은 윤리적인 측면보다 정치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왕의 첩을 취하는 행위는 곧 그 왕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삼하16:20-23 참조) 따라서 이런 문제가 언급되었다는 것은 아브넬과 이스보셋 사이에 이미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의 불신과 알력이 생겼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아브넬이 과연 사울 왕의 첩과 통간했는지에 관해서는 그 사실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사실 여부가 어쨌든 간에 중요한 것은 이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사울 왕권의 몰락을 예고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스보셋의 비난에 대해 아브넬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해병하기보다는 오히려 사울 집안에 베푼 은혜에 대해 말하며 이스보셋의 배은망덕함을 탓하였습니다. “아브넬이 이스보셋의 말을 매우 분히 여겨 가로되 내가 유다의 개 대강이뇨 내가 오늘날 당신의 아버지 사울의 집과 그 형제와 그 친구에게 은혜를 베풀어서 당신을 다윗의 손에 내어 주지 아니하였거늘 당신이 오늘날 이 여인에게 관한 허물을 내게 돌리는도다”(8절). ‘개 대상’이란 말은 적의 편을 들어 주는 형편없는 반역자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아브넬은 사울 집안에 대한 자신의 충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그는 이스보셋을 다윗에게 내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근거로 자신이 사울 왕가의 운명을 처음부터 좌우할 수 있었음을 강조하며 이런 자신에게 어떻게 허물할 수 있느냐고 했습니다. 아브넬의 이런 반응은 자신은 어떤 행동도 비난받을 수 없다는 교만함과 이해타산적인 성품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9-11절은 격분한 아브넬은 이스보셋을 비난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마침내 사울 왕국 전체를 다윗에게 돌리겠다고 선언합니다. “여호와께서 다윗에게 맹세하신 대로” 행하겠다는 말에 주목하십시오. 결국 그는 하나님의 뜻을 잘 알면서도 이기적인 야욕으로 사울 집안을 옹립하고 다윗을 대적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가 이제 와서 이스보셋을 버리고 다윗을 대신 섬기겠다는 것은 돌이켜 하나님의 뜻대로 살겠다는 회개와 신앙의 결단이 아니라 이스보셋에 대한 복수심의 표현이요 이익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기회주의적인 성품을 드러낸 것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다윗이 통일 왕권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사울 왕권의 실권자인 아브넬의 이 맹세는 중대한 의미를 가집니다. 하나님께서는 악인을 통해서도 그분의 뜻을 이루어가십니다.